“이는 제 마음에 그 겉옷만 만져도 구원을 받겠다 함이라”(마 9:21). 이 말은 한 불쌍한 여자, 곧 12년 동안 그의 생애를 괴롭힌 질병으로 고생한 한 여자의 말이었다. 그는 그의 모든 재산을 의사들과 치료에 써 버렸지마는, 다만 고칠 수 없다는 선고를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가 위대한 치료자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그의 희망은 소생되었다. 그 여자는 “만일 내가 그분께 이야기할 수 있으리만큼 가까이 갈 수만 있다면 고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MH 59.1
그리스도께서는 딸을 고쳐달라고 간청한 유대의 랍비 야이로의 집으로 가시는 중이었다. “내 어린 딸이 죽게 되었사오니 오셔서 그 위에 손을 얹으사 그로 구원을 얻어 살게 하소서”(막 5:23). 이 간절한 탄원은 부드럽고 동정깊은 그리스도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그 회당장과 함께 그의 집을 향하여 즉시 출발하였다. MH 59.2
그리스도의 주위에 무리들이 밀려왔기 때문에 그들은 천천히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군중을 뚫고 나가시는 중에 구주께서는 앓는 여자가 서 있는 곳 가까이 이르셨다. 그 여자는 주님께 접근하고자 거듭거듭 애를 써 보았지마는 헛수고에 불과했다. 이제 그 여자에게 기회가 왔다. 그는 그분에게 이야기할 길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천천히 걸어가시는 주님의 진로(進路)를 방해하고자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분의 겉옷을 만짐으로 치료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고침을 받을 기회를 놓칠까 염려한 나머지, “내가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구원을 얻으리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앞으로 나갔다. MH 59.3
그리스도께서는 그 여자의 마음을 아시고 그가 서 있는 곳으로 발을 옮기셨다. 그분께서는 그 여자의 큰 필요를 깨닫고, 믿음을 행사하도록 그를 도와 주고 계셨다. MH 60.1
그분께서 지나가시자 그 여자는 앞으로 나아가 그분의 겉옷자락을 간신히 만지는데 성공했다. 그 순간 그는 고침을 받은 것을 깨달았다. 바로 그 일촉(一觸)에 그 여자의 일생의 믿음이 집중되었다. 즉시 그의 고통과 질병은 사라졌다. 그 여자는 그 순간에 온 몸을 통하여 흐르는 전류와 같은 충격을 느꼈다. 그에게 완전한 건강이 주어졌다는 느낌이 왔다. “병이 나은 줄을 몸에 깨달으니라”(막 5:29). MH 60.2
감사한 마음으로 충만해 진 그 여자는 12년의 오랜 세월을 통하여 의사들이 한 것보다 더 큰 일을 단 한 번의 접촉으로 이루어 주신 위대하신 치료자 예수님께 감사의 뜻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는 감히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여자는 감사한 마음으로 군중 속에서 빠져 나가고자 노력하였다. 그 때 예수님께서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시고 주위를 둘러보시며, “내게 손을 댄 자가 누구냐”고 질문하셨다. MH 60.3
베드로는 놀란 표정으로 주님을 바라보며, “주여 무리가 옹위하여 미나이다”고 대답하였다(눅 8:45). MH 60.4
예수님께서는 “내게 손을 댄 자가 있도다. 이는 내게서 능력이 나간 줄 앎이로다”고 말씀하셨다(46절). 그분께서는 주의성없는 무리들의 우연한 접촉과 믿음의 접촉을 분별할 수 있으셨다. 어떤 사람이 심각한 목적을 가지고 그분을 만졌고 응답을 받았던 것이다. MH 60.5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이 그 진상을 알고자 질문하지 않으셨다. 그분께는 사람들과, 당신의 제자들과, 그 여자에게 줄 교훈이 있었다. 그분께서는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희망으로 고무시키고자 하셨다. 그분께서는 치료의 능력을 가져 온 것이 믿음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기를 원하셨다. 그 여자의 믿음을 설명없이 지나쳐 버려서는 안된다. 하나님께서는 그 여자가 감사한 마음으로 나타내는 신앙고백으로 영광을 받으셔야 한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께서 그의 믿음의 행위를 인정하셨다는 사실을 그에게 이해시키기를 원하셨다. 그분께서는 다만 절반 쯤 축복한 채 그 여자를 보내기를 원치 않으셨다. 그 여자는 자기의 고통을 주님께서 알고 계셨다는 것과, 그분께 나오는 모든 사람을 온전히 구원하시는 그분의 자비로운 사랑과 능력을 믿는 그의 믿음을 그분께서 인정하셨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버려두어서는 안될 것이었다. MH 60.6
그 여자를 바라보시면서, 그리스도께서는 누가 당신을 만졌는지 알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다.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것을 깨닫고, 그 여자는 떨면서 앞으로 나와 그분의 발 앞에 엎드렸다. 그는 감사의 눈물을 머금고 모든 사람 앞에서 그가 그분의 겉옷을 만진 이유와 즉시로 고침을 받게 된 내력을 그분께 이야기하였다. 그 여자는 그분의 겉옷을 만진 것이 일종의 참람된 행위가 아니었는지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입에서는 한 마디의 책망도 나오지 않았다. 그분께서는 다만 칭찬하는 말씀만을 하셨다. 그 말씀들은 인류의 불행에 대한 동정으로 충만해 진 사랑의 마음에서 나왔다. 그분께서는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고 부드럽게 말씀하셨다(눅 8:48). 그 말씀은 그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었을까? 이제 그의 기쁨을 쓰라리게 만들었던 공포감은 사라졌다. MH 61.1
예수님 주위에 몰려들어 온 호기심에 찬 군중들에게는 생명력이 나누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믿음으로 그분을 만진 병든 그 여자는 고침을 받았다. 그러므로 영적 일에 있어서는 우연한 접촉과 믿음의 접촉이 구별된다. 그리스도를 단순히 세상의 구주로 믿는 믿음은 영혼에게 치료를 결코 가져다 줄 수 없다. 구원에 이르는 믿음은 단순히 복음의 진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참된 믿음은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독생자를 주셨으므로 내가 그분을 믿음으로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된다(요 3:16). 내가 그분의 말씀을 따라 그리스도께 나올 때, 나는 그분의 구원의 은혜를 받는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내가 이제 사는 생애는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 되어야 한다(갈 2:20). MH 62.1
많은 사람들은 믿음을 일종의 견해라고 주장한다. 구원하는 믿음은 일종의 거래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받아들인 사람들은 자기 자신들을 하나님과 언약관계로 연결하게 된다. 산 믿음은 활력과 신뢰심의 증가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산 믿음은 그리스도의 은혜를 통하여 사람에게 승리하는 능력이 된다. MH 62.2
믿음은 죽음보다 더 강한 정복자이다. 만일 병자들로 하여금 믿음의 눈으로 강력한 치료자 예수님을 바라보게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놀라운 결과를 목격할 것이다. 그것은 육체와 심령에 생명을 가져다 줄 것이다. MH 62.3
악습의 희생자들을 위하여 일할 때, 그들이 신속히 달려가고 있는 절망과 파멸을 지적해 주는 대신, 그들의 눈을 예수님께로 돌려 주라. 그들에게 하늘의 영광을 주목하게 하라. 이것은 속절없고 절망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앞에 펼쳐져 있는 무덤의 온갖 공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일을 육신과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하게 될 것이다. MH 62.4